2014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한 점의 도자기가 한화로 약 330억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낙찰되었습니다. 이 작은 찻잔에는, 한 마리의 어미닭이 병아리들을 데리고 먹이를 먹는 평화로운 장면이 그려져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과거의 농촌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잔으로 기록된 이 잔은 계향배라고 부릅니다. 이 잔을 만든 황제는 명나라 시기 성화제입니다.
그런데,,
황제가 이 그림에 그토록 애착을 가졌던 것일까요?
그 시작은 그의 불안하고 슬픈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 전쟁도 모르는 어리석은 황제, 참화를 만나다.
성화제의 아버지,영종은 전쟁 경험도 전혀 없는 황제였습니다. 그런 그가 1449년 환관의 부추김에 직접 전장에 나섭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바로 토목보의 변( 土木堡之變).,명나라군은 몽고계 오이라트 부족에게 참패당하고 영종은 그들의 우두머리 에센에게 포로로 붙잡히고 맙니다. 황제가 포로로 붙잡히자 조정은 공황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 영종의 동생, 즉 성화제의 삼촌인 경태제 (景泰帝)가 황제로 즉위하게 되고 포로가 된 황제를 돌려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지만 거절하자 에센은 영종이 쓸모가 없자 그냥 명나라로 돌여보 냅니다.
2. 어린 황자, 공포 속에서 말더듬이가 되다.
이 혼란스런 과정 속에서 성화제는 황태자의 신분에서 일반 황자(친왕)로 신분이 강등되고, 어린 그는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 말더듬이 증상까지 생겼고, 매일을 두려움 속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그 시절, 그의 곁에 있던 유일한 보호자-그가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 바로 만귀비 (萬貴妃)였습니다. 유모(성화제보다 17세 연상)였다가 부인이 된 그녀는 마치 어미닭처럼 그를 보살피며 따뜻한 존재가 되어줍니다. 황제는 이 잔을 보면서 자기가 생각하는 편안한 가정을 상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잔은 단순한 감성적인 이유만이 아니라 이 도자기에는 당대 최고의 예술성과 기술력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3. 이 계항배는 투채 (鬪彩) 기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두 가지 채색방법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뜻에서 유래한 이 방식은 청화와 오채를 함께 사용하는 고난도 기법입니다.
청화안료로 윤곽선을 그린 뒤 초벌구이를 하고 오채(다섯 가지 색깔이라는 뜻이 아니라 색깔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붉은색, 노란색, 녹색등이 기본입니다.)를 채색하여. 재벌구이를 하여 완성하는 과정입니다. 이 정교한 과정을 통해 완성된 도자기는 기술적 난이도와 예술성이 최고조에 달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14년 이 찻잔은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중국 수집사 유치엔에게 3600만 달러. 한화 약 330억 원에 낙찰되고 이 잔을 이용해 차를 마시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