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락제 , 정권을 쥐다--그러나 상처 입은 정통성
명나라 3대 황제 영락제는 사실 정통 황태자가 아니었습니다.
홍무제(명 태조)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본래 왕위계승자가 아니었지만 , 조카인 건문제와의 권력 투쟁 끝에 정난의 변(靖難之變)을 일으켜 왕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힘으로 얻은 권력은 늘 불안합니다. 영락제는 자신의 즉위가 하늘의 뜻(天命) 임을 보여주려 애썼습니다.
2. 정화 대항해와 기린-하늘의 표식을 찾다
영락제는 환관 정화(鄭和)를 총사령관으로 삼아 대규모 원정(대항해)을 여러 차례 파견합니다.
1414년 정화는 아프리카 동부 소말리아지역 원정중 낯선 동물 한 마리를 중국로 가져왔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린(giraffe)입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 동물을 전설 속의 기린이라 여겼습니다.
기린은 고대 중국에서 성군이 출현할때 나타나는 신령스러운 동물로 여겼습니다.
영락제는 이 기린을 보면서 대단히 기뻐했습니다.
"하늘이 나를 인정했다!내 정권은 천명이 내린 것이다."
기린은 영락제에게 신성한 정통성의 증표가 되어 버렸습니다.
3. 기린이 도자기에도 등장하다- 청화백자의 시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영락제시기의 왕실은 기린 용 봉황 거북 같은 상스러운 동물문양을 선호했고 민요에서는 기린 문양의 청화백자완이 유행했습니다.
도자기는 단순한 생활용품이 아니었습니다. 왕의 정치를 보여주는 상징이었고 하늘의 뜻을 증명하려는 도구였습니다.
영락제가 추진한 대항해와 대규모의 불사 그리고 상서로운 동물 소환까지 이 모든 과정은 힘으로 얻은 권력을 하늘의 뜻으로 포장하려는 치열한 노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은 오늘날에도 남아있는 청화백자 기린문양을 통해 조용히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습니다.